
지친 마음을 데려가 앉히고 싶은 도시가 있다면,군산이 그 중 하나일지도 몰라요. 낯설지 않은데 낯선 도시가 있다. 군산이 그랬다.말이 적었고, 표정도 크지 않았다. 바람은 낮게 불었고, 풍경은 흘러가지 않았다.그 조용함이 오히려 위로처럼 느껴졌다. 군산역에 내렸을 때, 시계는 오후 1시 2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딱히 정한 루트는 없었다. 그냥 ‘걸을 수 있겠다’ 싶은 방향으로 움직였다.사람 많은 카페 대신 낡은 간판이 붙은 골목이 더 끌렸다. 초원사진관 앞에서 잠깐 멈췄다.영화 속 장면이 생각났고, 그 장면을 보던 내가 떠올랐다.기억은 흐릿한데, 감정은 또렷했다.사진은 찍지 않았다.창문 너머로 햇살이 들어오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진포해양공원에서는 바람이 먼저 말을 걸었다.“괜찮아, ..
국내여행
2025. 3. 26. 01:09